logo

공지사항

제목 [한국경제] [한경에세이] 실행자, 창의자 그리고 촉진자 (2019.09.25.) 작성일 2021-01-29 15:50
글쓴이 최고관리자 조회수 10,285

본문

[한국경제] [한경에세이] 실행자, 창의자 그리고 촉진자 (2019.09.25.)

https://www.hankyung.com/opinion/article/2019092413691

얼마 전 제자 A가 연구실에 찾아왔다. 학위 과정 동안 열정적으로 연구하며 항상 자신에 찬 모습으로 연구실의 리더 역할을 했던 그다. 하지만 이날은 다소 풀죽은 모습이었다. 몇 마디 대화를 나누자 그 이유를 이내 알 수 있었다. 박사학위를 받고 곧바로 취직한, 최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곳에서 잘 적응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무엇이 자신만만했던 그를 풀죽게 했을까?

우리는 사회생활을 하며 직장을 비롯해 전문가단체, 봉사단체, 동호회 등 다양한 조직에 몸담는다. 이들 조직 구성원의 성향과 특성은 제각각일 것이다. 이를 ‘실행자’ ‘촉진자’ ‘창의자’로 분류해 보자. ‘실행자’는 조직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실질적인 성과를 지향하는 자를 말한다. ‘창의자’는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관철하기 위한 열정에 넘치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다. ‘촉진자’는 강한 목표 의식과 함께 실행력을 갖추고 리스크 계산도 할 줄 알아 ‘실행자’와 ‘창의자’ 사이의 가교적 위치에 있는 자다.

‘실행자’ 중심의 조직은 안정성은 높으나 역동성, 혁신성이 떨어진다. ‘창의자’가 득세하면 조직의 미래 발전 가능성은 높으나 안정성이 떨어지고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가 적을 것이다. ‘촉진자’가 너무 많으면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는’ 무기력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조직의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변화와 발전을 추구하면서도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성향과 특성을 지닌 자들이 조직의 성격과 목적에 따라 적절한 비율로 구성돼야 한다. 즉, 조직 구성원의 역할 균형이 중요하다. 지시받은 일만 묵묵히 수행하는 조직이 발전할 수 있겠는가? ‘사장급 직원’으로 구성된 조직이 잘 돌아갈 리 없지 않은가.

‘창의자’인 A는 자신과 비슷한 ‘창의자’ 비율이 불균형적으로 높은 조직에 들어간 것이었다. 같은 ‘창의자’들 사이에서 자신의 차별화된 역할과 정체성을 명확하게 설정하기 어려웠다. 서로 다른, 다양한 성향을 가진 동료들과 적절히 혼합돼 상호 보완하고 협력하는 기쁨과 성과를 누릴 기회가 없었다.

다양한 성향과 특성을 가진 인재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조직 구성원의 역할 균형을 최적화하면 개인도 발전하고 조직도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우리 가정에서도 가족 구성원의 역할 균형을 추구해 보자. A가 하루빨리 행복한 ‘창의자’로 자리 잡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