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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제목 [매일경제] [기고] 시동걸린 한국의 정밀의료…규제가 브레이크 돼선 안돼 (2017.09.06.) 작성일 2021-01-29 15:44
글쓴이 최고관리자 조회수 9,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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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기고] 시동걸린 한국의 정밀의료…규제가 브레이크 돼선 안돼 (2017.09.06.)

https://www.mk.co.kr/news/it/view/2017/09/596951/

2014년 말 현재 우리나라 경상의료비는 105조원으로 GDP 대비 7.1%이며 국민 1인당 의료비로 약 200만원을 지출했다. 우리나라의 경상의료비 지출 비율은 OECD 국가 평균(9.1%)에 비해 낮지만 문제는 늘어나는 속도다.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우리나라의 경상의료비 지출 증가율은 7.1%로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았다. OECD 국가 평균 증가율은 1.9%다. 또한 우리나라 국민의료비 중 가계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37.7%로 OECD 국가 평균의 약 2배에 달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9일 가계 의료비 부담을 낮추기 위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향후 5년 동안 국가 재정 30조6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보장성 강화의 방식과 재정 조달방안 및 규모의 적절성 등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고 있지만 보장성 강화의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해법은 헬스케어 패러다임의 혁신을 통한 의료비 절감이다.

인간게놈프로젝트와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로부터 촉발된 정밀의료는 이제 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정밀의료는 유전체 정보, 의료 임상정보, 생활습관 정보 등 건강정보를 활용해 최적의 맞춤형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새로운 보건의료 패러다임이다. 이를 통해 질병의 예측, 예방, 조기진단, 효율적이고 부작용 없는 치료, 신약개발 등에 획기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의료의 질 향상과 의료비 절감을 가져올 수 있다. 미국에서는 2015년부터 2억1500만달러를 투자해 정밀의료 이니셔티브(Precision Medicine Initiative)를 추진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국가 및 민간 연구과제를 통해 관련 연구를 활발하게 수행하고 있다. 전 세계 정밀의료 시장은 2020년 총 95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핵의학분자영상은 정밀의료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질병 초기에 세포와 분자 수준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시각화, 특성화, 정량화함으로써 질병의 조기진단과 치료, 질병진행의 추적, 치료효과의 예측과 조기평가에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저비용 고효율의 의료체계로 탈바꿈하는 데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아울러 신약의 비임상 및 임상시험에 활용함으로써 신약개발에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을 30%가량 절감할 수 있다.

그러나 핵의학분자영상을 활용해 정밀의료를 구현하고 이를 통한 의료비 절감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법적·제도적 제약을 풀고 인프라를 확충하여야 한다. 최근에 우리나라의 난치성 신경내분비종양 환자들이 우리나라 핵의학 의료진의 주선으로 우리나라 보다 의료기술이 낙후된 동남아시아의 한 병원에서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한 정밀 핵의학 치료를 받았다.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경직된 규제 시스템 때문이었다.

현재의 규제 시스템에서는 앞으로 본 사례의 특정 질병뿐만 아니라 다른 질병에 대해서도 유사한 사례가 나올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세계적인 수준의 핵의학 의료기술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규제에 발목을 잡혀 이를 의료현장에 활용할 수 없다면 첨단 의료기술의 수혜를 받지 못하고 의료비 부담이 오히려 늘어나는 등 그 피해는 환자와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전문성 기반의 합리적인 규제 개선이 시급하다.

한편 핵의학분자영상을 이용한 질병의 진단과 치료를 위해서는 다양한 종류의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가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 특히 치료용 방사성동위원소 생산 인프라는 매우 취약해 상당 부분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의료비 부담을 가중하고 의료 및 의료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환자에 대한 적시, 최적의 의료 제공을 가로막는 제약 요인이기도 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의 생산과 원활한 공급을 위해 3년째 가동이 중단되고 있는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의 재가동과 의료용 원자로의 확충이 시급하다.